이번에는 설악산 서북능선을 걷게되었다. 2023년 5.27(토) 고교동창 총 3명이 칠순기념으로 오색-대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비선대 -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 걸었는데 마등령삼거리 거의 다 와서부터 비가 내렸다. 지친 상태에서 비까지오니 더 힘들게 느껴지고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길은 더욱 지루했다.
그리고 7.5(일) 재경 고등학교 산악회 주관으로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삼거리-비선대-설악탐방지원센터까지 가는 계획이였는데 폭우로 인하여 오세암에서 더 이상 올라가는것이 통제되어 오세암에서 다시 백담사로 내려간적이 있다. 두번 모두 비가오니 설악산의 아름다운 전망을 기대할 수 없었다.
7.21(금) 23:50 사당역에서 산악회버스가 출발, 02:30경 한계령에 도착하여 03:00 출입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03:03에 한계령을 출발했다. 그동안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또 주말에도 비가 온다는 예보때문에 주저하면서 산행계획을 잡지않고 주말 일기예보만 계속 확인하고 있는 중이였는데 바투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서북능선 같이 가자고~~
지난 5.27(토) 바투님이 서북능선을 가신다고 했는데 그날 차량이 너무 막혀서 거의 점심때가 되어서야 설악산 들머리에 도착해서 시간이 촉박하여 혼자서 장수대-대승령까지만 왕복하셨다고 한다.
나는 2022년 7월달에 한계령-한계령삼거리-귀떼기청봉-1408봉-대승령-장수대까지 힘들게 걸은적이 있어서 바투님이 혹시 서북능선 가실때 연락을 주시면 동행하기로 했는데 그 D day가 7.22(토) 이였다. 설악산 일기예보를 보니 비는 다행히 등산이 다 끝난 1800시 이후에 온다고 한다.
7.22(토) 새벽 0300 경 한계령을 출발하여 일단 한계령삼거리까지 오른다. 상쾌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계속 올라가다보니 한계령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서북능선이고 우측으로 가면 대청봉으로 올라가게된다.
이곳 한계령삼거리에서 인증을 하고 귀떼기청봉을 향해서 고~~ 조금 올라가다보니 너덜지대가 나온다. 황철봉 너덜지대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대단한 너덜지대이다~~ 너덜지대 큰 바위를 밟고 계속 올라가야하는데 나는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간다. 반면 바투님은 큰 바위들을 껑충껑충 밟으면서 빠르게 올라가신다. 부러웠다. 나는 바투님이 서북능선을 처음 가신는 줄 알았는데 몇번 가보셨다고 한다. 그것도 안산까지~~ 대단한 등력자이시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날이 밝아지면서 태양이 떠오른다. 설악산에 자주 왔지만 날이 흐리고 운무가 많이 끼고해서 일출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 날은 정말 장관을 이룬다. 너덜지대에 오른 전 회원분들이 그 순간의 View를 카메라에 담느라 모두들 여념이 없다. 카메라 대는 곳이 바로 View point였을 정도로 ~~
그리고 산 아래를 바라보니 운무로 인해 꼭 신선이 사는 아름다운 곳에 온 느낌. 그리고 내 몸이 둥둥 떠 있는기분이다. 전부들 너무 아름다워서 탄성만 지를 뿐~~
설악산에 자주 와 보았지만 이번의 아름다움은 최고였던것 같다. 집에가서 사진찍은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니 전부 감탄을 한다. 죽여 준다고~~~
귀떼기청봉에 올라 인증을 하고 이제 1408봉을 향해 간다. 이 구간도 만만치 않은것으로 기억된다. 큰 봉을 한번 넘고 두번째 봉을 오를때 긴 급경사계단을 올라갔던 기억이 났다. 1408봉에 오르면서 뒤로 돌아서서 너덜지대 귀떼기청봉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그런데 이 구간에서 독사를 6마리나 보았다. 아마 그동안 장마로 습해서 그랬는지 이 날은 등산로 옆에 숨어 있거나 바위에 꽈리를 틀고 있는데 사람이 와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좌우간 잘 피해서 그리고 등산로를 걸으면서 혹시 뱀과 조우하지 않을까 주시하면서 걸었다.
걸어가다가 에너지를 보충하기위해 아침을 먹는다. 나는 통상 등산시에는 간편식으로 준비를 한다. 무박인 경우는 아침을 빵으로, 그리고 점심은 해풍 쑥떡과 과일로 준비를 해서 최대한 시간을 절약한다. 그런데 바투님이 밥을 준비하셨다고 해서 같이 앉아서 준비해오신 밥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Z 형태의 급경사 계단을 오르니 1408봉이 나온다. 이 곳에서 대승령까지는 3.2km이지만 엄청 지루했다. 아마 변화가 없고 조망이 없기 때문일까?? 한참을 가다보니 정말 대승령이 나왔다. 작년에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대승령 표지석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을 정도다.
이곳 대승령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나는 산행시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생수병을 무척 많이 가지고 다닌다. 좀 무겁지만은~~ 그래서 배낭에서 꺼내야하기 때문에 바투님 먼저 출발하시라고 하고 나는 생수병을 준비하고 조금 늦게 출발했다. 나는 출발할때는 반드시 주변을 다시한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혹시 빠트린 물건은 없는지 확인할려고~~ 그런데 선글라스 한개가 보인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눈을 만져보니 내 선그라스는 착용한 상태였다. 아마 바투님이 빠트리고 그냥 가신 모양~~ 전화를 하니 난청지역이라 그런지 통화가 되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선글라스를 챙겨서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바투님이 뒤 돌아오신다. 선글라스를 놓고 와서 가질러 간다고~~ 그리고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질 않는다고~~
그래서 내 배낭 위를 열러보라고 하고 선글라스를 건네 드렸다. 대승령까지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와야 하는데 다행이라고 좋아하신다~~ 항상 산행을 하다보면 물건을 빠트리는 경우가 있는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조금을 올라가다보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편은 막아 놓았다. 그 곳이 안산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그 곳은 비탐방구간이라고 한다. 최초에는 안산을 경유해서 갈려고 했는데 비탐방구간이고 또 바투님은 가지 않는다고 하셔서 그리고 나도 힘들어서 그냥 남교리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계곡물이 나오고 그리고 폭포와 복숭아탕등 아름다운 계곡의 연속이였다. 한참 내려오다가 평평한 계곡곳이 있어서 물속에 몸을 담그면서 조금 쉬었다. 옷에서 땀 내새가 났었는데 물 속에 들어가서 있다보니 땀내새가 없어졌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남교리탐방지원센터가 나왔고 넓은 주차장과 십이선녀탕 쉼터(음식점)도 있었다. 주차장에는 공용화장실도 있고~~
일단 식사를 주문 하면서 땀을 닦을 곳이 있느냐 질문을 하니 식당앞 우측으로 가면 식당에서 운용하는 샤워장이 있다고 한다. 휴~ 다행^^ 그곳에서 샤워를 하고 생막걸리와 황태정식으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걸어서 산악회 버스 탑승지인 신의주 순대국집까지 천천히 걸어서 갔다. 그리고 1730에 버스에 탑승하고 귀경~~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곤하게 잠을 잤다~~~ ***************************************** ㅇ 언제 : 2023.07.22(토) 03:03 - 15:24 (약 12시간 21분 소요)
ㅇ 등산로 상태 *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전부 오르막 길, 바위가 많다 * 한계령 삼거리 - 귀떼기청봉 :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넓고 긴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계속 오르막 길 * 귀떼기청봉 - 1408봉 : 내려가다가 봉을 하나 넘고 두번째 봉이 1408봉이다. 급경사 계단을 올라간다 이 구간에서 뱀을 약 6마리 본것 같다 * 1408봉 - 대승령 : 거리는 3.2KM인데 엄청 지루하고 거리가 줄지 않는듯~~ * 대승령 - 남교리 : 계속 하산하다가 보면 계곡물을 만난다. 곧 폭포가 이뤄지고 복숭아탕, 십이선녀탕등 설악산이 속살을 들어낸다
지난 5월 27일(토) 새벽 3시에 ㅇㅇ고등학교 동창생 2명과 함께 오색을 출발하여 대청봉, 중청대피소, 소청봉, 희운각 대피소, 공룡능선, 마등령 삼거리, 비선대,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소공원) 코스를 13시간 20분 만에 무사히 마쳤다. 그보다 약 한달 전에 사당동 한 식당에서 고교 동창 저녁모임을 가졌는데, 이를 마치고 3명이 전철로 귀가하던 중 동창 L이 칠순기념으로 5월중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자고 제안하여 이루어진 산행이었다.
일행 중 L동창은 100대 명산과 백두대간을 완등(완주)하였고 지금은 200대 명산에 도전하여 매주 산행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 함께 한 S동창도 재경천안고 산악회 등반대장으로 여러 해 동안 봉사하였던 베테랑 산악동호인이다. 이에 비해 나는 탕정초등학교 산악회장을 10년간, 재경천안고 산악회장을 6년간 맡았었지만, 약간의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어 그동안 안전위주의 산행을 선호하였다. 그래서 앞의 동창들은 공룡능선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이라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였다.
새벽에 등산을 시작하여 13시간 넘게 험한 산길을 걷느라고 땀을 참으로 많이 흘렸다. 더구나 낮 12시경부터 한방울씩 비가 내리더니 나중에는 굵은 비가 내려 험한 돌길들을 한걸음씩 걸을 때 마다 여간 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로 돌아와 한은 퇴직직원 소모임인 이화회 카톡에 공룡능선 종주 소식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이를 보고 여러 선배들이 우중에 위험한 산행을 마치고 생환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므로, 한은동우회 소식에 기고하라고 권유하였다. 이에 따라 저의 공룡능선 산행기를 몇 자 적고자 한다.
Ⅱ. 사전 준비 이야기
공룡능선을 가기로 결정한 후로 L동창의 도움으로 신사산악회에 가입을 하고 컴퓨터로 유튜브 동영상을 여러 번 보았다. 공룡능선은 업 다운이 매우 심해 심폐기능과 지구력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디데이 3주를 앞두고 일주일에 3번 정도 집 가까이에 있는 수락산 정상을 오르기로 하였다. 총 8번에 걸쳐 수락산 꼭대기(해발 638미터)를 올랐는데, 왕복 약 9km를 4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었다. 수락산 정상까지 가려면 돌길을 제법 걸어야 하고 나무(철)계단 길도 여러 구간에 걸쳐 있어 연습하기에 좋았다. 꼭대기에 가서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사서 먹는 즐거움도 누렸다. 수락산 정상에 가지 않는 날에는 왕복 약 5km 정도의 산길을 걸어서 컨디션 조절을 꾸준히 하였다.
5월 14일(일)에는 재경천고 산악회와 천안의 천고청마산악회가 합동으로 준비한 대둔산(해발 878미터)을 다녀왔다. 논산군 벌곡면 수락주차장에서 10시 반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초반에 높은 경사도의 나무(철)계단이 여러 군데에 있고 암릉(巖陵) 지역도 많아 사전 연습으로 등반하기에는 적격이었다. 최고봉인 마천대를 200여 미터 앞두고 점심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13일 후 새벽에 3명의 고교 동기가 7순기념 공룡능선 산행을 출발한다는 계획을 꺼냈더니 다들 무리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2,000년대 초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근무할 때 전주군산 국제마라톤대회에 하프코스를 3번 출전하여 1시간 40분, 1시간 42분, 1시간 45분의 기록으로 완주를 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바지를 걷어 올려 나의 튼실한 장딴지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고교 후배인 A등반대장은 심폐기능과 지구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 잘 다녀오시라고 격려하면서 꼭 아스피린을 준비해서 다리에 쥐가 날 때 복용하라고 알려주었다. 약 5시간 산행 후 완주군 대둔산 입구 쪽으로 무사히 하산하였다.
Ⅲ. 공룡능선 등반 이야기
서울 신사역 부근에서 오후 11시 30분에 산악회 버스로 출발하여 새벽 2시 50분에 오색에 도착해보니 탐방지원센터 앞은 3일 연휴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오전 2시 55분에 오색탐방지원센터 등산로 출입구 문이 개방되면서 등산객이 너무 많이 몰리고 등산로가 협소해서 출발 자체가 어려웠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는 길은 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모이고 또 급경사 구간이라 상당히 지체되는 구간이라고 한다. 우리 팀은 오전 3시에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였는데, 약 1년만에 다시 오색에 온 L동창이 앞장서서 올라가고 S동창과 내가 뒤따라 올라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올라가도 L동창이 잘 보이지 않았다. S동창이 크게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참 동안 앞서서 가던 L동창이 기다려 서로 만났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안 L동창이 S동창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공룡능선을 포기하고 천불동 쪽으로 빠지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조금 늦는다고 해도 결코 공룡능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내 배낭 어깨끈을 만져보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3시간 반 넘게 천신만고 끝에 오전 6시 반경에 대청봉(해발 1,708미터)에 오르니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이 50여 미터의 줄을 서고 있었다. 그 긴 줄에서 기다리려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그곳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서 대충 인증사진을 찍었다. 1,980년대 중반 여름휴가 때 설악동을 출발하여 비선대, 희운각 등을 거쳐 대청봉에 오른 지 거의 40년만에 다시 오른 것이다. 맑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경치는 정말로 장관이었다. 잠시 머무른 후 중청대피소로 내려가 3명이 식탁에 앉아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했다. L동창은 제과점 빵을, S동창은 김밥을, 나는 안식구가 전날 밤에 쪄준 쑥떡을 먹었다. 식사 후 물을 먹을 때, 가져간 아스피린 2알을 미리 먹은 후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출발하였다. 소청봉을 거쳐 희운각까지의 급경사 하산길도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빼어난 공룡능선, 용아장성 등의 연봉들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대청봉을 떠난 지 약 2시간 후인 오전 8시 반경에 희운각에 도착하였다.
희운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무너미고개로 향했는데, 이 고개부터 본격적인 공룡능선에 접어든다고 한다. 처음 마주하는 공룡능선이라 마음이 설레었으나, 과연 퇴로가 없다는 공룡능선을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잠시 걸은 후에 경사가 급한 커다란 암릉(巖陵)에 쇠파이프 난간을 만든 무시무시한 구간이 나타났다. 잔뜩 긴장을 한 상태에서 손으로 쇠파이프를 붙잡고 한발씩 한발씩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초반부터 공룡능선의 진면목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급경사 구간을 한참 오르니 신선봉이 눈앞에 나타났다. 공룡능선은 신선봉, 1275봉, 큰새봉, 나한봉 등의 여러 봉우리를 반복적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힘들다고 한다. 실제로 와보니 정말 그렇다. 젖 먹던 힘까지 다 빼서 겨우 한 봉우리를 올라오면 한참을 내려가야 하고, 또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해야 했다. 올라갈 때는 스틱을 짧게 해서 도움을 받고 내려 갈 때는 스틱을 길게 해서 다리의 충격을 덜게 했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L동창은 블로그에 올릴 목적으로 이어지는 아름답고 멋있는 공룡의 속살들을 연신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S동창과 나는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절경들을 감상할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오르고 내리기에만 몰두했다. 낮 12시경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상태에서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40여분 더 사투를 벌인 끝에 오후 1시경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4시간 반에 걸친 참으로 힘겨운 공룡능선 구간을 마친 것이다.
마등령 삼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마등령까지 올라갔다가 비선대로 향했다. 그 내리막길도 대부분 돌길이고 경사가 매우 심해 힘들었다. 더군다나 하산하는 도중에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스틱을 길게 해서 한걸음씩 뚜벅뚜벅 걸었다. L동창과 S동창은 준비해간 우비를 입었으나, 나는 농촌의 모내기철에 아주 고맙게 내리는 비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걸었다. 더할 나위 없이 지루한 2시간 3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반경에 비선대에 도착하였다. 비선대에서 설악동 탐방지원센터까지는 길이 아주 평탄하여 5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오후 4시 20분에 장장 13시간 20분에 걸친 칠순기념 공룡능선 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Ⅳ. 에필로그
설악동 C지구에서 산악회 버스가 오후 5시에 출발하니, 적어도 30분전에는 도착해야 간단히 샤워를 하고 비와 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설악동 탐방지원센터에서 택시를 타고 C지구에 버스 출발 30분전에 도착했다. 고맙게도 간이 샤워시설을 제공하는 전주식당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최종 목적지 신사역에 도착하기 전인 오후 약 8시경에 강변역에 도착해서 내가 평소에 잘 알던 설렁탕집인 명가옥에서 뒷풀이를 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설렁탕(특)에 시원한 장수막걸리를 셋이서 함께 하니 마음은 참으로 뿌듯하고 상쾌하였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리는 좀 뻐근했으나 전반적으로 몸과 마음은 개운했다. 아마도 설악산의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깨끗한 정기를 흠뻑 받은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수락산 정상을 여러 번 다녀오고 대둔산 산행을 한 것도 설악산을 종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스피린 덕분에 공룡능선을 탈 때도 무릎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고교 후배의 조언이 아주 고맙게 느껴진다. 집에 있는 체중계에 몸무게를 재어보니 2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아무리 해도 체중을 빼기가 힘들더니 큰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두고두고 아쉬운 것은 시간에 쫒기다 보니 공룡능선을 비롯한 설악산의 참된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점이다. 설악산에 있는 여러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고 천천히 공룡능선을 타면서 숨겼다가 나타나는 비경들과 자생하는 꽃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딘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끝).